<방황해도 괜찮아>(지식채널)
<방황해도 괜찮아>(지식채널)

지금 우리 출판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필자라면 단연 정토회 법륜 스님이 꼽힐 것 같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자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법륜 스님의 책은 2010년 나온 <스님의 주례사>(휴)가 24만부 넘게 팔리며 대단한 돌풍을 일으켰고, 이후 <엄마수업>(휴)도 14만부를 넘기며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책이 나오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 올해에만 벌써 <방황해도 괜찮아>(지식채널)와 <깨달음>(정토출판)이 지난달 나와 보름 만에 각각 4만, 1만부 넘게 팔렸다. 다른 책들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가히 ‘법륜 신드롬’ 수준으로, 법정 스님 이후 최고의 스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금까지 낸 책은 60여종, 모두 합쳐 130만부 가까이 팔렸다.

일반 독자들에겐 최근 몇년 새 알려진 저자지만 법륜 스님은 1988년 정토회를 설립한 이후 20년 넘게 적극적으로 출판 활동을 펼쳐왔다. 초기에는 주로 정토회를 중심으로 수행법, 교리, 경전해설 등 불교와 관련된 내용을 책으로 펴냈는데, <즉문즉설> 1~3권(13만6000부), <기도-내려놓기>(6만부), <가족>(2만7000부),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7만8000부), <조금씩 삶이 달라지는 책> 1~7권(30만부), <힘내라 청춘>(3만부) 등 여러 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초기 주로 정토회원들을 중심으로 불교도에 머물러 있던 법륜 스님 책들의 독자가 2000년대 후반 이후 일반 대중들로 폭이 넓어진 데에는 스님의 대중강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상승작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엄마수업>(휴).
<엄마수업>(휴).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은 현장에서 청중이 묻고 스님이 즉석에서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제는 즉석에서 정한다.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공부, 연애와 결혼, 진학, 취업, 자녀교육, 부부생활 등 살면서 부닥치는 온갖 주제를 망라한다. 나긋나긋하지만 에두르는 법 없이 정곡을 찌르는 강연은 요즘 전국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컨대 “남편의 고집이 너무 세어 괴롭다. 이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부인의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남편이 아니라 당신이다. 그렇게 고집 세다는 남편을 꺾으려는 당신의 고집이 더 센 것이다. 남에게 내 생각을 고집하면, 고집하는 내가 괴롭다. 내 고집을 버리면 내 괴로움이 사라진다.”

대중강연으로 독자폭 넓히고안철수 등 ‘스타 멘티’ 힘입어첫손꼽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어려운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사람 누구나 생활 속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상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멘토’로 유명해지면서, 한해 10회 정도 해오던 강연이 지난해에는 100회까지 늘어났다. 보통 강연 1회당 500명 이상의 청중이 몰린다. 40대 이상 못잖게 20~30대 청중이 늘었다. 최근 나온 책들은 이런 강연 형식의 매력을 살리면서 주제별로 내용을 모아 엮은 것들이 주를 이룬다.

휴 출판사 김수영 주간은 “대중강연이 500회를 넘으면서 일정한 독자층이 확실하게 형성됐다”는 점을 지은이로서의 최고 강점으로 꼽았다. 1회당 청중을 500명으로 치면 적어도 25만명이 그를 대면한 셈인데, 이 가운데 10%만 책을 구입해도 2만5000부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즉문즉설의 포맷와 말투를 책으로 옮겨와 독자들이 마치 자신의 고민을 일대일 상담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김 주간은 분석했다.

법륜 신드롬은 멘토가 필요한 세태를 반영한다는 의견도 있다. 책의 주 구입층은 30~50대로, 학교교육이 입시 위주로 흐르면서 인생에 대한 적절한 조언을 못 받고 자란 세대들이다 보니 어려운 인생 문제를 콕콕 집어 족집게 과외를 하듯이 설명하는 스님의 화법에 매료된다는 것이다. 출판계에선 법륜 스님을 멘토로 여기는 멘티들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 김여진, 노희경씨 등이 트위터 등에서 법륜 스님과 스님의 책을 언급하는 게 판매부수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